[데코저널 칼럼 - 구만재]
중국 디자인 단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학생들과 교류를 위해, 또는 개인적인 관심과 호기심에 의해 중국을 방문하고 그들의 음식과 문화를 이해하려 책의 도움을 받는 등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들의 문화는 사실 부러울 정도로 깊고도 넓다. 자본과 자본의 아우라를 통해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조금 안쓰럽다거나 졸부에 대한 비아냥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 즐기는, 여유로움과 전통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몸에 두르고 경험했던 풍부한 구세대의 존재와 새로움을 취하는 젊은 세대간의 교류와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중국은 우리네 보다도 훨씬 흥미로운 장소다. 특히, 자국 전통문화의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모더니즘의 가치를 찾아내고 있는 풍부하고 넉넉한 여건의 몇몇 공간은 마냥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Photo by Yu Kato on Unsplash)
 
중국 항주 인근에 명나라때 조성되었다는 홍춘이라는 마을을 방문 했을때, 물을 다루고 있는 그들의 생각과 방식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을 앞의 수로는 모든 집을 거치게 설계되었으며, 정해진 시간에 물을 사용하고 정해진 시간에 하수의 개념으로 물을 정리하는 방식, 다리를 건너 마을을 진입하는 방식과 인공 호수에 잔잔한 물결을 유지하기 위해 분순물을 걸러내는 치수의 방식, 외부를 향해 닫혀있지만 중정을 통한 자연과의 소통 방식은 David Chipperfild 가 설계한 인근의 Liangzhu Culture Museum에서 서양인의 시선으로 정제된 홍춘의 공간적 맥락을 잘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물의 레이어는 Whang Shu라는 중국 건축가의 감각을 통해 새로운 중국적 모더니즘으로 나타나고 있다.
 
(©Hongcun, Wikipidea)
 
즉, 수많은 자국 문화의 문맥을 보유하고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세련된 공간구축의 힘과 방법을 받아들여 벌써 새로운 방식의 공간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시작된 모더니즘은 본질적 회귀에 대한 강한 작용으로 다분히 냉소적인 면을 띄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선이 중국 자국의 다양한 감성과 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모더니즘을 만들어 내는 중국 내의 숨가쁜 움직임 덕분에 매번 이런 장소를 방문하고 그 변화를 지켜보는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며, 한국의 디자이너에게도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 Liangzhu Culture Museum 良渚博物館, Image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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